사진가 최민식님께서
사진은 분위기나 묘사가 대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주장이며,
그것은 인간 이 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굳건한 사진으로서의 고백이다
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조금 다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찍은 인물들의 사진을 누군가 보고...
'아..사진 참 잘찍었네'...보다는 '아..참 예쁘네..'라거나 '아...참 보기좋다' 하는 말을 듣길 원합니다.
사람에게 누구나 아름다움(그 아름다움이 반드시 외모를 의미하진 않습니다.)의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내가 그 인물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면.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인물 사진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품 카다록을 촬영할 사람이 아니라면 옷을 찍기 위해 코스장을 찾지는 않습니다.
옷을 찍을 생각이라면 의상실이나 동대문 남대문을 찾는 쪽이 나을지 모릅니다.

사진사가 코스장에서 코스어들을 찍는 것은 무엇을 찍기 위함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 캐릭터를 찍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코스어들이 착각하는 것이 얼굴을 찍으면 자신을 찍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을 생각하면 저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릴적 슈퍼맨이나 캔디...등의 캐릭터가 되었으면 하는 꿈을 꿉니다.
코스는 그러한 꿈꾸던 캐릭터가 되어보는 꿈의 반영입니다..
슈퍼맨이나 캔디등의 캐릭터들의 모습은 전신밖에 없습니까?
슈퍼맨을 슈퍼맨 답게 보이게 하는 사진이 꼭 전신이 다 나와야 하는건 아닙니다.
영화를 봐도 얼굴만 잡는 앵글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신이라도 그가 슈퍼맨이 아닌건 아니죠.

사진사가 찍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 코스어 자신이 아니라 캐릭터를 찍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가 찍어 공개한 사진들을 근거해 거짓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사들은 코스어들만큼 그들이 꿈꾸는 그 캐릭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지금 코스어가 코스프레한 그 복장의 본래 캐릭터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진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캐릭터인지 알지 못합니다.
사진사는 그저 현재의 그 코스어와 그의 복장으로부터 그 캐릭을 유추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사진들에게 얘는 나만 찍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
오만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미야자끼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작품중에 <천공의 성 라퓨타> 라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그 애니에는 '파츠' 와 '시타' 라는 두명의 캐릭이 주인공이고 '파츠'는 '코난'. '시타'는 '라나' 의 캐릭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시타'는 고대 라퓨타의 왕녀로서 위엄이 있고 강인한 소녀이지만 한편으론
'파츠'에게 기대는 연약한 소녀이기도 합니다. '시타'의 외모는 라퓨타라는 애니내에서 귀여운 소녀의
수준이며 이 시타가 가장 오랫동안 입고 있는 의상은 해적단의 두목인 '마마'의 거대한 크기의 바지입니다.
그 옛날 아주머니들이 시장통등에서 자주 입던 몸뻬라고 하던가요? 암튼 그런 바지입니다.

만약 한명의 코스어가 이 '시타'를 코스프레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시타'는 다시 말하지만 왕녀의 위엄과 강인함. 그리고 동시에 연약한 소녀를 가지고 있는 소녀입니다.
사진사가 그러한 바를 알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그 코스어의 외모가 오히려 '시타'보다 '마마'에
더 가까운 외모를 가졌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사진사가 '시타'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생각해 보면..
과연 그 코스어가 한 코스프레의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제 생각엔 '시타'와 비슷한 복장을 한 '마마'로 보일 거라 생각됩니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오! 나의 여신님>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후지시마 코스케'의 작품으로 거기에는 세명의 여신이
등장합니다. 그중에 히로인격인 여신은 주인공인 '케이이치'와 사랑하는 '베르단디' 라는 여신입니다.
'베르단디'는 현재를 의미하는 여신으로 만화 전체에서 정말 참하고 여성적이며 순종적이면서도
지혜롭고 인내하며 자애롭고 성스러운 최고의 여성상을 나타내게 됩니다.
누군가 그녀를 흉내내어 날개를 달고 비슷한 옷을 입는다고 해도 그 코스어가 과연 다른 사람의 눈에
그 '베르단디'라는 여신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사실은 어떤 코스어도 왠만한 만화의 히로인들을 진짜 따라 갈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만화에서 히로인들은 그 극중에서 굉장한 미모를 뽐내는 캐릭터들이고..
가끔은 여신이라거나 마녀. 혹은 공주와 왕녀 등등이므로 일반인들이 흉내내기 참으로 어려운
그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저히 근접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한마디로 코스프레한 그 복장과 코스어 자신이 서로 따로 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이 뭐라고 하든 그런 언발란스한 모습은 찍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겐 나름의 기준이 있으며 그 기준은 내 사진은 아름답게 나오길 바라는 마음.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코스프레 복장과 코스어 자신이 따로 노는 그러한 상태라고 해도.
어느 누구나 잘 나오는 뷰포인트가 있습니다. 같은 풍경도 앵글에 따라 분위기가 아주 달라지는 것처럼.
인물도 어떤 각도 어떤 앵글에서 어떤 사람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른 사진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러한 언발란스한 캐릭터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
잘 어울리는 ... 내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사진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한 그러한 사진을 위해서 그들을 찍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혹은 열심히 만든. 혹은 고심해서 만든 그 복장을 입고 렌즈 앞에 서는 것 까지가
그들의 할 일이라면 그들을 어떻게 아름답게 사진에 담을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사진사의 일입니다.
또한. 사진사는 누구나 자신의 사진을 위해서 생각을 하길 바라고.
또한 자신의 사진에 대해서 남이 이렇게 저렇게 간섭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모든 예술은 자신의 손으로 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남의 조언으로 비롯되지 않습니다.

보통 코스프레를 촬영하면 대부분의 사진사들이 한두장정도의 전신사진을 찍습니다.
그들의 화려한 복장을 한컷 정도는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때문입니다.
만약 그 복장과 그의 외모 그리고 그의 분위기가 모두 맞아 떨어져서 마음에 드는 전신샷이
찍혀지게 된다면 그 사진을 공개하지 않을 사진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찍힌 사진중에 공개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사는 사진의 완성도가 높길 바라고 있고 어색하거나 맘에 안드는 사진은 공개하길 꺼립니다.
물론 전신샷을 찍는 적이 많지 않아 사진사로서 기술적인 문제가 생겨 못 공개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두가지 경우에 누군가 이 사진사에게 "넌 왜 코스프레 찍어놓고 전신사진이 없냐?" 묻는다고 치면..
가뜩이나 찍은 사진이 마음에 안드는 것도 화가나는데 기분 좋을 사진사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이런거죠. 내가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시험을 보니 성적이 나빴다고 할때.
누군가 넌 성적이 왜 이모냥 이냐? 하고 말한다면.
내 입장에서 그 말이 어떻게 들릴꺼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 것이 비아냥과 꾸짖음 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겁니다.

니 사진은 왜 이모양이냐..하는 말 처럼 사진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또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건 남도 나를 배려할 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bada's Blog 구독하기 
2003/03/14 17:15 2003/03/14 17:15

Trackback URL : http://www.badalove.net/tt/trackback/1312

Comments List

  1. ㄷㄷㄷ 2009/04/21 02:56 # M/D Reply Permalink

    좋은 글이네요. 저도 데세랄 막 입문했지만~~~ 아직까지 초보라서 이런 글이 너무 도움이 됩니당...
    코스어로서~ 사진사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죠... ㅇㅅㅇ.....
    예전처럼 외모 등급화(?) 같은거나 안했음 한다는... ㅎㄷㄷ 사진사들끼리 코스어 외모의 등급을 나누는 짓......
    ~~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000 : 1001 : 1002 : 1003 : 1004 : 1005 : 1006 : 1007 : 1008 : ... 1799 : Next »